Variety: Geisha
Altitude: 1,700m
Processing: Washed
Tasting notes: Lemon Tea, Orange, Cane Sugar, Clean After, Floral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다보면, 접하게 되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Process입니다. 한국어로는 ‘가공 방식’이라고도 합니다.
가공 방식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원두 정보에 항상 들어가 있는 것일까요?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프로세스에 따라 어떤 차이가 생길까요?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가공 방식인 네추럴(Natural), 워시드(Washed) 프로세스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커피를 마실 때마다 프로세스를 살펴보세요. “아, 나는 워시드 커피를 좋아하는구나.”, “네추럴 커피에선 이런 뉘앙스가 느껴지는 구나”라고 말하며 커피를 더 깊이 있게 즐기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프로세스에 따라 꽤 많은 맛의 차이가 발생하거든요.
커피 가공 - 커피 열매가 원두가 되기까지
우리가 커피를 내릴 때 사용하는 커피 원두가 사실은 커피 나무의 열매에서 나왔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커피 나무의 열매를 커피 체리(Coffee Cherry)라고 부르는데요. 위의 이미지에는 초록색이었던 체리가 빨갛게 익었다가, 씨앗을 분리하여 말린 후 로스팅하여 우리가 이용하는 커피 원두(Coffee Bean)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커피에서의 가공은 커피 체리에서 커피 씨앗(=생두)을 추출하기까지의 과정을 말합니다. 보통 생두는 12% 내외의 수분율을 가지고 유통되는데요,
촉촉한 커피 체리 안에 쌓여져 있던 씨앗의 수분율은 이것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1. 커피 씨앗을 다른 요소들과 분리해야하며
2. 건조를 통해 유통할 수 있을 정도의 수분율로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즉, 커피에서의 가공(Process)은 생두의 분리와 건조, 이 두 가지를 위해 수행하는 일련의 작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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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의 수분함량을 12% 내외로 맞춰주는 게 왜 중요할까요? 가공이 끝난 커피는 포장되어 전세계의 로스터리로 배송되어야 합니다. 이 때 수분량이 너무 높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바로, 곰팡이가 증식하게 됩니다. 곰팡이는 맛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수분을 충분히 낮춰서 곰팡이 증식을 방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반대로 수분함량이 너무 낮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열 용량과 열 전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로스팅 난이도가 높아지며, 커피의 아로마와 풍미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분리를 먼저 한 후 건조할 것인지, 건조부터 하고 분리할 것인지, 분리를 한다면 어떤 요소들을 분리할 것인지 등의 의사결정에 따라 네추럴 프로세스, 워시드 프로세스 등 다양한 프로세스로 나뉘게 됩니다.
요즘에는 더 다양한 요소가 가공에 관여하고 있죠. 이스트를 넣는다던가, 온습도를 정교하게 조절한다던가… 하지만 오늘 다뤄볼 내용은 비교적 전통적인 가공 방식인 Natural과 Washed 가공입니다!
네추럴 프로세스(Natural Process)
여러분이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라고 해봅시다. 여러분은 커피 체리를 수확한 후, 커피 씨앗만을 수집하고 건조한 상태로 만들어 판매해야 합니다. 이 때 어떤 방식으로 커피 체리를 가공해볼 수 있을까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햇빛에 체리를 통째로 건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네추럴 프로세스는 Sun-Dried Process 혹은 Dry Process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햇빛과 넓은 공간만 있으면 되는 가장 전통적인 프로세스입니다.
지역이나 날씨에 따라 구체적인 건조 기간은 다르지만, 대략 몇 주의 건조 기간을 거치면 충분히 건조됩니다. 이 기간 동안 커피 체리를 그냥 가만히 두면 부패하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겠죠? 이 기간 동안 뒤적뒤적 과일을 섞으며 뒤집어주어야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바람이 잘 통하는 건조대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파티오(Patio)라는 아스팔트 혹은 타일 바닥에 널어서 말리기도 하죠.
건조가 끝나면 커피 씨앗을 체리로부터 분리합니다. 그리고 커피 로스터에게 전달되어, 로스팅 된 후 최종 소비자인 우리에게 도착합니다.
네추럴 커피의 특징
네추럴 커피는 다른 가공 방식과 구분되는 독특한 뉘앙스가 있습니다. 몇 주의 건조 기간동안 커피 씨앗은 커피 체리 안에 쌓여 있기 때문에 발효가 일어나거든요. 씨앗 안팎의 당분이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효 과정을 거치며 커피 체리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네추럴 프로세스 커피는 다른 프로세스에 비해 1. 과일 맛이 더 강하고 2. 바디감이 더 풍부한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품질 좋은 네추럴 커피는 선명하고 독특한 과일 뉘앙스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네추럴 프로세스 커피의 컵 노트(Cup Note)에는 베리류 과일, 열대 과일이 적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시로 가져온 커피는 ONA 커피의 커피인데요, 중앙에 테이스팅 노트로 Pineapple, Strawberry가 적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린 과일(Dried furit)이 적혀있는 경우도 있구요.
네추럴 프로세스의 장점
네추럴 프로세스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이따가 살펴볼 것이지만, 워시드 프로세스에는 물과 기계 설비가 필요합니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워시드 프로세스로 가공하기 어려울 수 있겠죠. 혹은,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 입장에서는 가공을 위한 기계 설비를 들여놓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네추럴 프로세스는 1. 비용 절감 2. 단순한 절차라는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까지 고려한다면, 물을 사용하는 다른 프로세스에 비해 더 친환경적인 가공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네추럴 프로세스의 단점
네추럴 프로세스는 가공 방식 특성 상 몇 가지 단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건조되는 동안 과도한 발효가 일어나서 거부감 있는 맛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발효취를 표현하는 단어로 ‘장맛’이 난다고도 하죠. 고추장, 된장, 춘장 등등..
품질 관리가 어려워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대표적인 단점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발효 과정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도 많이 쓰이고 있죠!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은 나중에 별도의 글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워시드 프로세스(Washed Process)
워시드 프로세스는 무엇일까요? 이름에서 감이 오실 수도 있을텐데요. 물을 이용해서 커피 씨앗을 커피 체리로부터 분리한 후 건조하는 방법입니다. Wet Process라고도 합니다.
대략적으로는 아래의 순서를 따릅니다.
Sorting(선별)
커피 체리를 물에 넣어서 익은 체리와 익지 않은 체리를 분류합니다. 익지 않은 체리는 물 위로 떠오릅니다.Pulping(펄핑)
커피 체리의 껍질을 제거합니다. 보통 펄핑 머신을 이용해서 제거합니다. 사진을 보시면 노란 빛깔의 커피 씨앗이 튀어나오는 게 보이죠.Fermentation(발효)
커피 체리 안에는 커피 씨앗을 감싸고 있는 점액질이 있습니다. 씨앗만 남기기 위해 점액질을 제거해줘야 합니다. 전통적인 워시드 프로세스에서는 점액을 분해하는 효소를 통해 발효를 진행함과 동시에 점액질을 제거해주게 됩니다.Drying(건조)
이제 남은 것은 분리된 커피콩입니다. 지금까지 물을 이용한 가공을 거쳤기 때문에 수분율을 맞춰주기 위해 건조가 필요합니다. 햇빛에 말리기도 하고, 기계식 건조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커피 씨앗만 별도로 건조하기 때문에, 네추럴 프로세스에 비해 건조 기간이 훨씬 짧습니다(보통 5일에서 10일).
워시드 커피의 특징
네추럴 커피에서는 씨앗 안파의 당분이 발효하면서 커피 맛에 영향을 주었는데, 워시드 커피는 이런 영향이 현저하게 적습니다. 훨씬 제한적으로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이죠. 따라서 워시드 프로세스를 거친 커피는 보다 일관성 있는 맛 프로파일(Tasting Profile)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워시드 커피는 네추럴 커피에 비해 깨끗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풍미가 지배적이지 않으니 섬세한 풍미가 살아있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테이스팅 노트로 차(tea)와 관련된 노트 혹은 꽃(Floral) 관련 노트 등 섬세한 노트들을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네추럴 커피에 비해 조금 더 밝은 산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밝은 톤의 과일을 연상시키는 경우도 많죠. 라임(Lime), 오렌지(Orange) 등의 시트러스 계열 과일들도 많이 보입니다.
워시드 프로세스의 장점
네추럴 커피의 장단점이 반대로 워시드 프로세스의 장단점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워시드 커피는 보다 일관성 있는 품질의 생두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워시드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은 워시드 커피가 커피 생두 본연의 품질을 더 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원두에 부가적인 맛을 별로 더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피 원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풍미, 떼루아(Terrior) 등을 더 잘 즐길 수 있다는 것이죠.
정말 비싼 최고급 소고기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어떤 사람은 소고기에 이런저런 양념을 더해서 먹고 싶어할 수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이 소고기의 육향과 풍미를 온전하게 즐기고 싶다며 최소한의 양념만 가미할 수도 있겠죠?
워시드 프로세스의 단점
워시드 프로세스를 수행하려면 다양한 기계와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조건일 때, 네추럴 프로세스에 비해 더 높은 가격인 경우가 보편적입니다.
환경적인 측면을 살펴볼까요. 건조 파치먼트 기준으로, 워시드 프로세스는 1kg당 최소 10리터의 물을 사용하는 데 네추럴 프로세스는 1리터 이하의 물을 사용합니다. 가공된 커피 체리 1kg 당 130리터라고 말하는 곳도 있어요. 네추럴 프로세스와 비교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이죠. 또한 커피 가공에 사용되고 배출되는 폐수가 환경 오염을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기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계를 돌리기 위한 전기 에너지도 필요하죠.
기후 변화가 심해진다면, 물이 부족한 국가들에서는 워시드 프로세스는 불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측면에서도 워시드 프로세스는 이슈가 있는 가공 방식이라는 겁니다.
마치며
Natural Process | Washed Process | |
다른 명칭 | Sun-dried process, Dry process | Wet process |
맛에 미치는 영향 | 바디감과 단맛 상승, 발효 풍미(ferment-y) | 섬세하고 깨끗, 밝은 산미톤 |
주로 찾아볼 수 있는 노트 | 베리류 과일, 열대 과일, 말린 과일 | 차(Tea), 꽃(Floral), 시트러스(Citrus) |
대표적인 프로세스인 네추럴 프로세스와 워시드 프로세스를 알아봤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 중 기억할만한 내용을 표로 정리해놨으니, 가볍게 기억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커피는 지식을 쌓을수록 더 잘 즐길 수 있는 식품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데일리 커피로 워시드 커피를, 새로운 맛을 시도해보고 싶을 때는 네추럴 커피를 마시는 편입니다. 각자의 선호에 맞게 앞으로 행복한 커피생활 하시기를 기원합니다!